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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남북 『심청전』으로 보는 세상 다섯 번째 키워드는 원류2017-08-13 23: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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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심청전으로 보는 세상 다섯 번째 키워드는 원류

 

문화란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이 되는 행동양식, 또는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해 낸 물질적, 정신적 소산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도덕, 종교, 학문, 예술 및 각종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라고 사전적 의미를 정리하며 문화란 한번 길들여지면 고치기가 어렵다.’ ‘문화란 그 나라의 정신적 지주다.’에 동의 하는가? 아무튼 문화가 있는 한 그 나라는 죽지 않는다는 명제를 깔고 남북에서 전해오는 심청전 이야기에서 동질적 문화 원류를 풀어 보고자 한다.

 

관음사사적기는 영조 5(1729)에 관음사 백매선사가 판각한 활자본이다. ‘관음사사적기 이야기는 286년에 태어난 원홍장이 소녀(16)가 되던 301년에 팔려갔던 이야기이다. 백제, 중국(진나라)을 배경삼고 있다. 원량(장님)은 어느 날 시주를 간청하던 스님께 하나 밖에 없는 외동 딸(원홍장)을 시주한다. 효심이 지극한 원홍장은 스님을 따라가다 마침 중국에서 새 황후를 구하러 온 사신을 따라가 새 황후가 된다. 새 황후가 된 원홍장은 관음상을 만들어 백제로 보내니 이를 모실 관음사를 창건하게 된다는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심청전조선고전문학선집 42, 문학예술출판사, 2005.에 나타난 시작과 끝의 원문을 요약해보면 삼춘 화류 호시절에 초목 군생지물이 개유이자락한대 춘풍 도리화개야하고 백화만발하다. 떼기러기는 북천으로 날아가고 락화는 유접 같고 유접은 락화 같이 펄펄 날리다가 림당수 흐르는 물에 힘없이 떨어지매 아름다운 봄소식이 소레를 따라 흔적 없이 나려가는 곳은 황주 도화동이라. 심부원군이 선영과 곽 씨 부인 산소에 영분을 한 연휴에 심황후 어진 성덕 천하에 가득하니 억조창생들은 만세를 부르고 심황후의 본을 받아 효자렬녀를 기리는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두 이야기에는 동질적 요소가 꽤 많이 보인다. 관음사사적기는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인데, 심청의 효행을 인신공희(제사 때 산 사람을 희생물로 바친 것) 설화를 수용하여(실제 제물로 바친 것은 아니다) 구성한 것이다. 조선고전문학선집 심청전또한 문학성이 뛰어나며 인신공희적 요소는 생명존중의 의미를 담아 제물로 희생되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양상으로 나타나 진기하고 영험한 내용을 담은 서사문학으로 독자성을 띄며 동질적 원류를 가진 작품이다. 이 두 이야기의 등장인물은 관음사사적기에 원량(맹인), 원홍장(), 황후(진나라), 스님 등이 나오고 조선고전문학선집 심청전에는 심학규(맹인), 심청(), 심황후(중국), 스님 등이 등장하여 맥락이 동일시되고 있다. 시주하는 대목에서는 관음사사적기에 16세에 중국(진나라) 사신들이 가지고온 금··보화(예물)을 스님에게 시주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조선고전문학선집 심청전에서는 16세에 뱃사람들에게서 공양미 300석을 받아 스님에게 시주하는 것으로 나타나 거의 동격인 흐름을 보인다. 가정형편에서는 관음사사적기에도 가정형편이 어려우고 조선고전문학선집 심청전에서도 가정환경이 어려워로 동일시하고 있다(내용이 다른 면은 다루지 않았다).

이를 보면 관음사사적기와 조선고전문학선집 심청전은 설화의 특성(청자와 화자에 따라 오랜 기간 전해 오는 이야기로 핵심적인 키워드는 존재하되 약간의 내용 변형이 일어난다)을 고려한다면 둘 다 우리나라 심청전의 원류에 가깝다고 볼 수 있으니 심층적인 연구는 전문가들의 몫임을 밝혀 둔다.

설화가 항상 새롭게 쓰여 져야 하는 이유는 그 시대정신의 반영이며 관점의 해석학이기 때문이다. 설화는 설화학자의 전유물도 아니다. 모든 사람의 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