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사례 및 자료

남북 『심청전』으로 보는 세상 네 번째 키워드, 뺑덕어미와 설화문학  

「쌀을 퍼주고 엿 사먹고, 벼를 주고 고기 사 먹고, 잡곡은 돈으로 바꾸어 술집에서 술 먹기가 일쑤이다. 빈 담배 대를 들고 다니며 우 아래 사람 없이 담배를 청하며 까닭 없이 이웃집에 욕 퍼 붓고 아무나 닥치는 대로 싸움질을 걸었다. 이 밖에도 정자 밑에서 낮잠 자기, 술 취하면 한밤중에 울음 울기, 동네 남자 꾀여내기….」 심청전에 나오는 뺑덕어미의 못된 행실을 열거 하였다.

뺑덕어미는 자원하여 심봉사의 후처로 들어온다. 그것은 어제까지 궁색하던 눈먼 심봉사의 살림이 풍족해짐을 알고 한때 흥청망청 돈이나 물 쓰듯 하면서 살아 보자는 심보에서였다.

뺑덕어미는 진실한 사람인가? 거짓한 사람인가? 참 부질없는 질문이다. 심청전에 보면 뺑덕어미가 등장한다. 심청의 어미가 심청을 낳고 사망하자 심봉사는 홀로 심청이를 키운다. 그러다 그도 남자인 지라 두 번째 부인을 맞이하는데 그가 뺑덕어미인 셈이다. 얼굴에 탐욕이 가득한 못된 아줌마로 등장하는 뺑덕어미, 심청전의 주인공 심청의 착한 성심(심봉사를 섬기는)을 돋보이게 할 악역(심봉사를 곤란하게 만드는)을 자처한다. 하지만 심청전에서 철저히 주변인이던 뺑덕어미에게서 진실함과 거짓함이 함께 묻어 나오는 걸 찾아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는다. 심청전 몇 페이지를 읽으면 나타나니까. 뺑덕어미가 심봉사의 후처로 들어 온 것은 진실함(팩트)이오, 그 후 심봉사를 속이건 거짓함이다. 그래서 명언을 진실함에서 찾아보고 거짓함을 용서에서 찾아보련다.

진실한 사람의 명언, 선의의 거짓말은 용서가 되지만 악의의 거짓말을 용서가 안 된다. 한번 거짓말을 하게 되면 짜릿함을 알게 되고 두 번 거짓말을 하게 되면 감정이 무디고 세 번 거짓말을 하게 되면 중독이 된다. 중독이 된 거짓말은 아무 양심이 없는 공허함으로 변해 참을 가리게 된다. 그러기에 깊고 무서운 진실을 말하라. 자신이 느낀 바를 표현하는 데 있어 주저하지 말고 깨달음은 실천해야 한다. 거짓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는 것보다 진실하게 다가가면 아름답게 보이고 아름다움은 진실답게 보인다.

거짓한 사람을 용서하는 법, 거짓은 받아들이기에는 고통스러운 것이다. 거짓은 신뢰의 위반이며 마음을 속이는 행위다. 거짓을 용서하려면 자신의 감정을 조정하며 화를 내지 않아야 한다. 화(분노)는 도움이 되는 감정이 아니니 가능한 차분하게 그 사람을 가까이 하라. 그러면 당신은 더욱 가치 있는 사람이다. 여기서 잠깐, 뺑덕어미의 이름 뜻은 무엇인가? 뺑은 내팽개치다를 뜻하는 팽으로 토사구팽의 팽 자와 같은 말이 맞는가? 그러면 덕은 큰 덕 자란 말인가? 참 아이러니하게도 심청전에 나오는 뺑덕어미는 덕스럽지 못한 아낙내를 이름인데…. 그런데 왜 덕이란 글자를 이름에 넣었을까? 덕이라곤 하나도 없고 부도덕하면서 교활하고 간악하기가 짝이 없는데다가 비윤리적이기까지 한 중년의 여인네를 작품 속에 등장을 시켰는데…. 그러고 보니 설화에 나타난 심청전의 뺑덕어미는 진실(선)과 거짓(악)에 대한 철학적, 윤리적 차원의 조망에서 출발해야 할 것 같다. 삶의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기도 하지만 그러하기에 역설적으로 삶의 고민과 사색으로부터 진실과 거짓에 대해 철학은, 윤리는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고나 할까?

설화문학, 기록문학의 한 장르로서 설화를 주된 소재로 하여 제작된 신화·전설·민담을 옛이야기·세상이야기 등 문학적으로 전승된, 창작성은 부족하지만 심정의 묘사를 피하고 사건과 행동의 서술에 중점을 둔다. 심청전의 뺑덕어미도 마찬가지다. 특정한 이름으로 제작되어 그 배후에는 진실과 거짓의 두 축을 주무르는 묘미를 절망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해학성, 이게 뺑덕어미의 가치관이다. 두리뭉실 함께 가는 게 진실과 거짓이라면 진실한 사람과 거짓한 사람의 차이점은 그 나물에 그 밥, 부질없는 설화 속 이야기에서 너털웃음으로 날려 버려야 스트레스를 안 받는 방법이다. 해학을 안주(?) 삼아 이 추위에 시원한 북서풍에 작금의 언어 공해는 날려 버려라. 그래야 오래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