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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서울] 기고 - 통일담론보다 국민정서에 와 닿는 소소한 것부터 성취하자2018-08-15 09: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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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통일담론보다 국민정서에 와 닿는 소소한 것부터 성취하자

<황흥룡 통일교육진흥연구원 원장/ 서울 통일교육위원>​

외국의 캠핑카족을 보면 대체로 며칠씩 떠나있다가 돌아온다. 20시간 이상 달리고, 때로는 며칠, 몇주일씩 머물다가 돌아온다.

 

유럽이라면 캠핑카를 몰고 보름씩, 한달 내내 유럽 전체 나라를 돌아다니며 나라마다의 특색있는 문화, 음식, 명승지를 살펴볼 수 있는데 우리 실정은 그게 아니다. 시베리아 횡단, 실크로드 답사, 유럽 해안도시 탐방,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생태 체험 등. 미국에서도 경험해보았지만 대륙 횡단을 보통 보름씩 잡는다. 우리와는 완전히 다르죠. 우리는 꽉 막혀있다.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캠핑카 여행은 대륙적 풍모를 안겨주는 낭만여행이다. 그래서 생각만 해도 누구나 소망하는 인생의 로망이다. 캠핑카에 무슨 공식이 있고, 캠핑카 운행에 무슨 땅 면적을 따지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매니아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 땅은 좁다고 말한다.

 

남북의 자유왕래가 있다면 그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캠핑카 산업도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리나라에도 고원이 즐펀하게 뻗어있는 곳이 없는 것이 아니다. 시베리아나 캐나다 숲과 같은 광활한 삼림지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가볼 수 없기 때문에 유감일 뿐이다. 원시림이 즐펀한 개마고원에서 며칠이고 지내다 올 수 있는 곳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단이란 것 때문에 가보지 못하고 우리는 잊혀진 듯 70여년 세월을 살아왔다. 외로운 섬에 갇혀사는 것처럼 대륙의 꿈을 잃고 살았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일제 시기의 젊은이보다 스케일이 좁고, 옹졸해졌는지도 모른다.

 

북녘 땅 하면 북극, 남극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으로 알지만 서울에서 평양까지는 승용차로 네시간의 거리에 있다. 심리적으로는 행성 밖의 세계로 인식하고, 북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적화통일 야욕을 획책하는 집단이라고 증오심을 갖고 있는 것 뿐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로 여전히 평화는 유엔과 미국이 개입해 지지부진하고, 번영은 남북의 현안인데 유엔과 미국 때문에 보폭이 옹색하다. 평화 문제가 해결되어야 남북의 번영 문제도 선순환된다. 평화의 열쇠로 대결의 자물쇠를 열지 않으면 남북 공동번영의 길도 열리지 않는다.

 

평화의 문제는 트럼프의 의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그의 특유의 돌파력이 있지만, 그는 워싱턴에서는 정치적 이단아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정치 엘리트 그룹은 지금까지 북한과의 관계에서 대화보다 대결, 평화보다는 긴장을 통한 미국의 이익을 추구해왔다. 이것을 트럼프가 극복하려고 하지만 여러 곳에서 덫에 걸리고 있다.

 

트럼프가 비핵화를 고리로 북한과 종전선언-평화협정 수순을 밟겠다고 해도, 정통 워싱턴 정치 엘리트들이 제동을 걸고, 대북정책 테크노크라트들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힘을 통한 미국적 가치를 드높이고자 하는 미국 언론도 트럼프의 대북정책에 원맨쇼 정도로 평가절하 한다. 그들은 정통 미국적 가치만을 내세우고 있다. 그것은 자칫 오만과 편견으로 오해받을 수 있지만 힘이 있기 때문에 밀어붙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폐기의 약속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경제제재를 풀어달라고 요구할만하다.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유엔의 안보리회원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이런 상황에 있으니 유엔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명분이 퇴색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형식적이든 실질적이든 비핵화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트럼프도 인정하고 있지만, 그러나 미국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 제동을 걸고 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9월 평양에서 열릴 것이다. 미국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여된 임무인 듯하다. 북미 정상회담이 교착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이때에 여러 가지 힘들겠지만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김정은에 대한 설득과 미국의 오해를 풀도록 하는 외교력이 문 대통령에게 달려있다.

 

남북이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남북한은 군사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남북한은 민생을 살피는 예산과 집행을 크게 늘릴 수 있고 세금도 줄일 수 있다. 국민의 삶이 보다 향상되고, 노상 전쟁을 머리에 이고, 불안한 세상을 살아야 하는 각박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생을 정서적 측면에서 얼었던 가슴을 녹여줄 수 있다. 감성도 순화되어 종전에 맛보지 못한 여유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인생의 최고의 품격있는 삶은 자유로운 여행에 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도 북녘 땅을 거쳐 백두산에 오르는 것을 소망하지 않았던가. 우리 땅인데도 가볼 수 없는 곳이 있다는 것은 불행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즈음하여 보다 큰 것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유여행 등 소소한 것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자유여행까지 가로막는 유엔제재는 없을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불가능하다 해도 세계여론에 호소하면 그런 ‘야만’은 극복될 것이다.

 

자유로운 캠핑카가 북녘 땅에 가서 광활한 개마고원, 묘향산 칠보산 백두산의 수림대에서 며칠씩 지내고 오는 자유여행. 생각만 해도 여유와 낭만이 솟구친다.

 

지난 동계 올림픽때 우리의 청년들이 북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느끼고, 통일에 대한 반응도 냉담했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이는 그동안 북한 핵의 위협과 수구기득권층이 냉전 반북 대결주의의 공포를 70년동안 주입시키고, 북한 역시 경직된 대결논리로 맞서다 보니 나온 반응일 것이다. 이런 청년층 감성을 살려주는 연성 프로그램 개발이 중요하다. 그중 여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지도 없으면서 통일을 군가의 후렴처럼 외치면서 실제로는 대결만 일삼았던 예전의 통일정책은 효용성이 사라졌다. 거창한 통일담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것보다 국민 피부에 와닿는 작은 것부터 교류와 협력을 이뤄나가면 된다. 그것이 젊은이들이 원하는 대북관일 것이다. 가까운 미래, 북한 개마고원으로 캠핑카 여행을 가는 시기가 빨리 오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