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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서울] 북미회담을 앞두고, 우리정부의 지혜가 필요하다2018-06-03 16: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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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일우'란 말이 있다. 천년에 한 번 만난다는 뜻이다. 풀어 말하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절호의 기회란 뜻이다. 지난 6개월 동안 남과 북, 북한과 미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바로 그렇다.

그런데 여기서 철저하고 단호하게 짚어볼 대목이 하나 있다. 지난 반년 사이에 한반도에 불어닥치고 있는 이 엄청난 변화의 물결이 순전히 우리 정부의 능력과 노력으로 된 일인가? 물론 문 대통령의 각별한 의지와 정성이 상당한 역할을 한 부분이 분명 있다.

하지만 그 외 청와대 안보실,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등이 과연 이 변화의 흐름과 방향, 목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또한 동북아시아의 이해당사자들인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과의 협력 및 긴장 관계를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국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그런 전문성과 탁월성을 갖추고 있는지, 현재 우리 정부가 그런 진용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지 면밀히 성찰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결과가 좋을 경우 곧바로 남북미가 종전선언까지 도출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표인 듯 한데, 그렇게 했을 경우 당장의 모양새는 폼이 날지 모르나, 정전협상의 당사자인 중국을 배제했을 경우 향후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내갈 생각인지 그 복안이 과연 있는 건지 몹시 궁금하다.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의 절대적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어쩔수없이 미국 페이스에 휘둘릴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중국을 결코 홀대하거나 심기를 언짢게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중국은 정전협상의 당사자로서 종전선언에 참여할 명분이 있는데다, 대한민국의 제1교역국가다. 지난 번 사드 사태에서 겪었듯이 중국이 문을 걸어잠그면 한국 경제에 큰 손실이 난다.

또 중국은 앞으로 일본과 더불어 북한의 경제개발 지원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데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 구축은 결국 소위 6자라 불리는 남북한, 미중러일 모두가 큰 틀에서 함께 협력하고 보장하는 다자간안보체제하에서만 가능하기에, 우리로서는 중국 및 러시아 일본과의 관계를 밀도 있게 관리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최근 우리 정부의 외교 채널이 미국과 북한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 외에는 소강상태인 듯 하여 이게 과연 전략적으로 그렇게 하는 건지, 아니면 우리 정부의 역량이 딸리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저으기 걱정되기도 한다. 심지어 북한조차도 지금 일본을 제외한 5개 국가와 정상회담을 했거나 계획 중인 것에서 볼 수 있듯 외형적으로 우리보다 더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는 형편이다.

혹시라도 대한민국에서 또다시 극우정권이 들어서지만 않는다면(그런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10-20년은 우리 정부부처 중에서도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국정원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외교부와 국정원이 수행해야 할 역할은 막중하다. 현 정부는 필요하다면 외교-안보-정보 분야의 전문가들을 총동원해서라도 다가올 국제 외교-정보 전쟁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남이 만들어주는 가짜 평화가 아니라, 우리 힘으로 직접 만들어가는 견고한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더더욱 그래야 한다.

                                                                                           - 서울협의회 통일교육위원/황흥룡